어느새 ‘마지막’이 붙었던 10기의 마지막 제출 시간이다.
글또를 하며 늘 시작에는 다짐글을 작성했는데, 마무리 글을 작성한 적이 없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시작이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끝에 있다.
글또를 참여하면서 얻은 것들이 참 많다.
이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글또의 대장정을 잘 끝맺어보자.
과거를 돌아보자면.
7기
7기의 나는 어리숙했다. ‘커뮤니티’라는 온라인 관계를 맺어본 것도 처음이었고, 잘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처음이었다.
아직 사회에 입성하기도 전이었던 터라 두려움도 많았던 때였다. 나의 글을 모두가 볼 것이라 생각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나의 글은 항상 옳은 정보만을 제공해야만 하고, 나의 생각보다는 정확한 사실이 전달되는 것이 기술 블로그의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글이 틀릴까 봐 전전긍긍했었다.
이모지 누르기 마저 쉽지 않았던 기수였다.
하지만, 글또라는 세계를 알게 해 준 소중한 기수!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한 때. 소중한 시작의 기수이다.
8기
8기의 나는 꿈이 넘쳤다. 기술 글을 쓴다..! 는 사실에 한껏 뽕이 차올라 있었던 시절이다.
글을 ‘잘’ 쓰는 것, 구조화를 ‘잘’하는 것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주제가 되는 기술의 난이도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 그 선을 넘지 못하는 글을 내는 것을 ‘부끄러운’ 행위라고 생각을 했다.
이때의 글을 다시보면, 이런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상상하기는 힘들다.ㅎ
어쨌든 글을 잘 쓰는것에 포커스를 맞추던 시절이었다. 글에 대한 관점이 꽤나 거창했는데, 지금 보니 웃길 뿐이다.
잘 쓰고 싶었던 마음. 첫 커리어를 시작했던 시기.
9기
일종의 태풍을 맞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9기는 일과 연관시키려고 노력했다. 일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블로그에 풀어쓰고 싶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일에 치어 제일 글을 못쓰던 시기이다.
더해 운영진이란 도전을 시작했던 기수이기도 한다.
일이 바쁘다보니, 내가 기여하고 싶었던 만큼 기여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운영진인데, 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민망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운영진으로써 작은 회고모임도 운영해 봤고. 글을 잘 써보려고 글쓰기 세미나에도 참여했던 시기.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꿈틀거렸던 시기이다.
예상치 못한 태풍에 힘들기도 했는데, 돌아보면 기억에 많이 남는 시기이다.
10기는.
10기는 뭐랄까 그간의 경험이 적절히 발현된 기수이다.
7기 때 이모지를 누르고 댓글 달지 못했던 때를 넘어서, 자유롭게 댓글을 달고, 의견을 남기고, 이모지를 누를 수 있게 되었다.
소모임 인증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거 같다.
글에 대한 어떠한 강박도 갖지 않게 되었다.
글이 조금 잘 써진 회차도 있고, 아닌 회차도 있고, 내용이 틀릴수도 있고, 관점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냥 체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 글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큰 기대없이 관련된 내용을 보고 이 사람은 이렇게 했구나"정도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나 스스로 깨우쳤다.
이렇게 힘을 풀고 작성했는데, 의외로 이때 큐레이션에 당첨도 됐다.
점심시간에 확인했던 걸로 기억하는 데, 그때 두근거리던 심장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운영진으로서도 활동했다.
activation에서 팟캐스또에도 출연하고, PPT 회고도 참여하고, 눈썰매 챗도 갔다가, 설문도 만들어보고
TF팀인 이글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운영진 발표도하고, 글도 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커피챗을 열지는 못했으나, 잘 참여하고자 했다. 거진 20번이 넘는다.
운동챗에도 나가보고, 독서모임도 신청하고. 스터디도 했다.
댓글도 최대한 잘 달아보려고 했다. 자기소개에도 댓글을 열심히 달았더랬다.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의 관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가 커피챗에 나오기도 하고, 고민 상담을 하다가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하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하는 계기들이었다.
결국에.
‘나’도 참 많이 변했다고 생각을 했다. 글또와 함께 내 주니어를 보냈는데, 사실 글또가 나의 사수였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의견을 들었고, 많은 글을 썼고.
나는 글에 대한, 일에 대한 더 나아가 삶의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조금 더 초연해졌고. 벽을 허물었으며. 나아가고있다.
돌아보면 글또는 마치 사회생활을 위한 대학교같은 느낌이었다.
첫 성장통을 함께 했고. 이제는 졸업하는 느낌.
그 모든 것들이 참, 감사하다.
점점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려고 했던 나 자신에게도 감사하다.
이제는 무엇이든 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일의 성공이나 실패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끝맺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마지막으로, 글또에서 만난 모든 나의 사수분들에게 감사하다.
얻었던 인연들이 참 소중했고, 소중하다. 귀중한 인연을 잘 이어가고 싶다.
그리고, 결국 다정함이 이긴다.
내가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
어떻게든 어떤 방식이든 나는 잘 살고 있을 것이란 것.
어떤 일이든 잘 끝맺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다정함이 이긴다는 것.
여전히 나는 개발자로서도, 나로서도 성장할 거리가 참 많다. 그러니까 글 쓸 주제도 참 많겠지.
글또가 끝나도 여전히 나는 글을 쓰는 개발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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